PC 조립에 비트가 수십 개 들어 있는 세트까지 필요한 건 아니다.
실제로 자주 쓰는 규격은 몇 가지 안 된다. 같은 PH2라도 나사 위치와 주변 공간에 따라 필요한 드라이버 축이나 비트 길이가 달라진다.
조립PC 업체에서 7개월 동안 2,500대 이상 조립할 때는 PH2 나사를 반복해서 체결하는 일이 많아 전동드릴을 주로 사용했다.
반대로 자기 PC 한 대를 조립한다면 PH2 드라이버, M.2용 정밀드라이버, 니퍼 같은 기본 공구부터 준비하면 된다.
여러 대를 반복해서 조립하는 환경과 자기 PC 한 대를 조립하는 경우는 필요한 공구 구성이 조금 다르다고 생각한다.
드라이버 표기에서 먼저 볼 것
PH0, PH1, PH2는 십자 팁 크기다. 6×150mm처럼 적힌 숫자는 보통 축 굵기와 길이를 뜻한다.
특정 제품의 6×150mm 드라이버가 PH2일 수는 있어도 6mm = PH2라는 뜻은 아니다.
먼저 나사 홈에 맞는 PH 규격을 고르고, 그다음 필요한 축 길이와 손잡이가 들어갈 공간을 본다.
팁이 나사 홈에 제대로 맞지 않으면 힘을 줄 때 빠져나가면서 나사머리와 드라이버 팁이 같이 닳을 수 있다.
기본은 자석 팁 PH2 6×150mm
처음 하나만 산다면 자석 팁 PH2 6×150mm가 가장 무난하다. 케이스,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그래픽카드 고정 나사처럼 PC 조립에서 자주 만나는 나사 대부분에 사용할 수 있다.
자석 팁은 케이스 안에서 나사를 넣고 뺄 때 떨어뜨리지 않게 잡아줘서 편했다.
150mm가 절대적인 길이는 아니다. 100mm로 충분한 자리도 있고, 방열판 사이처럼 깊은 곳에서 150mm가 닿지 않는다면 200mm가 필요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일반적인 PC 조립에서 가장 자주 꺼내게 된 길이는 150mm였다.

케이스 스탠드오프에는 전용 소켓

케이스의 메인보드 스탠드오프를 설치하거나 분리할 때는 스탠드오프 규격에 맞는 소켓을 사용한다. 짧은 소켓 어댑터는 일반 드라이버나 전동공구에 연결해 사용할 수 있다.
펜치로 스탠드오프를 잡고 돌릴 수도 있지만 표면에 자국이 남거나 단단히 조이기 어려워 전용 소켓을 하나 두고 사용했다.
스탠드오프 소켓은 별도로 구입할 수 있고, 일부 중·고가 케이스에는 기본 구성품으로 포함되기도 한다.
리안리의 일부 고가 케이스에는 반복해서 사용해도 쉽게 변형되지 않는 비교적 튼튼한 소켓 어댑터가 들어 있는 경우도 있었다.

위 사진처럼 축이 긴 스탠드오프 드라이버도 있다. 케이스 안쪽처럼 손을 넣기 불편한 위치에서는 긴 타입을 사용하면 위쪽에서 바로 스탠드오프를 돌릴 수 있어 편하다.
반복 조립에서는 전동드릴을 사용한다

여기서 말하는 비트는 나사를 돌리는 드라이버 비트로, 구멍을 뚫는 드릴 비트와는 다르다.
케이스, 메인보드, 파워서플라이, 그래픽카드 브라켓처럼 PH2 나사를 여러 개 연속으로 체결할 때는 전동드릴에 PH2 200mm 비트를 장착해 작업했다.

토크 클러치는 거의 최저인 1단에 두고, 트리거를 약하게 눌러 회전 속도와 체결 힘을 조절했다. 처음 사용하는 전동드릴은 가장 낮은 단계부터 힘을 확인했다. 같은 1단이라도 제품마다 실제 토크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 35N·m급 전동드릴을 강하게 사용하다 나사나 부품을 손상시킨 적이 있다. 그 뒤로는 최대토크가 높은 제품보다 낮은 힘으로 천천히 조절하기 쉬운 제품을 먼저 봤다. 아래 수치는 PC 조립의 공식 규격이 아니라, 여러 대를 반복해서 조립하면서 잡은 기준이다.
| 볼 항목 | 반복 조립에서 보는 기준 |
|---|---|
| 전압 | 7~12V 정도면 PC 조립용으로 충분했다. |
| 최대토크 | 10~30N·m 정도면 충분했다. 최대토크는 나사에 실제로 가하는 체결 토크가 아니라 전동드릴에 표시된 최대토크 기준이다. 실제 조립에서는 클러치를 낮게 두고 트리거를 약하게 눌러 사용했다. |
| 회전속도 | 600rpm 이상이면 나사를 반복해서 체결할 때 작업 속도가 충분했다. |
| 속도 조절 | 트리거를 살짝 눌렀을 때 저속부터 천천히 회전하는 제품이 다루기 편했다. |
| 토크 클러치 | 낮은 단계부터 조절할 수 있고, 1단에서도 과하게 조이지 않도록 힘을 제한하기 쉬운 제품. |
| 척 | 비트를 직접 물려 단단하게 고정할 수 있는 키레스척. |
| 무게 | 가능하면 배터리 포함 1kg 이하. 여러 대를 연속해서 조립할 때 손목과 팔의 부담이 덜했다. |
척은 키레스척을 추천한다. 단순 자석식 비트홀더는 작업하다 비트가 빠지는 경우가 있어서, PC 조립에서는 비트를 직접 물려 고정하는 키레스척이 편했다. 전동공구는 배터리와 충전기를 같이 사용하고 A/S까지 이어지는 제품이라 국내 정식 유통 제품을 우선했다.

예시로 나리온 12V 무선 전동드릴의 사양을 보면 다음과 같다.

이 제품은 속도 조절, 토크 클러치, 키레스척 등 PC 조립용으로 필요한 기본 기능을 갖추고 있다.
최대토크는 30N·m, 최대 회전속도는 1,500rpm, 무게는 배터리를 장착한 상태에서 914g이다.

M.2 SSD와 케이블 정리 공구
M.2 SSD는 PH0 또는 PH1

M.2 SSD와 방열판 나사에는 PH0을 자주 썼지만, 모든 메인보드가 PH0을 사용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나사 홈에 맞춰 PH0이나 PH1을 고르면 된다. PH2로 작은 M.2 나사를 억지로 돌리면 나사머리가 쉽게 손상될 수 있다.
최근에는 나사 대신 회전식 래치로 SSD를 고정하는 메인보드도 있다. 자기 PC 한 대를 조립한다면 PH0·PH1이 포함된 정밀드라이버 세트 하나면 대부분 충분하다. 여러 대를 반복해서 조립할 때는 자주 쓰는 규격을 따로 두고 사용했다.
케이블 타이에는 5~6인치 니퍼


5~6인치 니퍼는 선정리 후 남은 케이블타이를 자르거나, 기존 시스템을 분해할 때 묶여 있는 타이를 끊는 데 사용한다.
조립할 때 자주 손이 가는 공구라 여러 대를 작업하면 거의 항상 꺼내 쓰게 된다.
케이스 안은 그래픽카드나 CPU 쿨러, 케이스 프레임 때문에 니퍼를 넣을 공간이 좁을 때가 있다.
PC 조립에서는 5~6인치 정도가 다루기 무난하고, 공간이 좁은 곳에서는 조금 더 짧은 5인치가 편하다.
케이블타이를 자를 때는 주변 케이블이나 부품을 건드리지 않게 조심해서 자르면 된다.
롱노즈는 좁은 곳에서 자주 쓴다


롱노즈는 케이스 안쪽에 떨어진 나사나 너트를 집거나, 손가락이 들어가지 않는 좁은 곳에서 작은 부품을 잡을 때 자주 썼다.
대형 그래픽카드를 장착한 뒤 PCIe 슬롯 걸쇠가 카드 아래로 가려졌을 때 해제를 보조하는 데도 유용했다.
여러 종류의 시스템을 조립하다 보면 손으로 잡기 어려운 위치가 꽤 자주 나온다. 그래서 니퍼와 함께 공구함에 항상 넣어두고 사용했다.
커넥터나 케이블을 잡을 때도 쓸 수 있지만, 이때는 힘을 주지 않고 살짝 잡는 정도로만 사용하는 게 안전하다.
세게 물면 플라스틱 커넥터가 파손되거나 케이블 피복이 손상될 수 있다.
깊거나 좁은 곳에 추가하는 공구
방열판 사이 깊은 나사에는 PH2 6×200mm

대형 공랭쿨러 중에는 방열판 사이로 드라이버를 넣어 베이스 근처의 장착 나사를 조이는 제품이 있다.

이런 구조에서 PH2 150mm 드라이버가 나사까지 닿지 않으면 PH2 200mm 드라이버나 PH2 200mm 비트를 사용한다.

필요한 길이는 쿨러 전체 높이만 보고 정하기 어렵다. 장착 나사가 얼마나 깊은 곳에 있는지, 방열판 사이로 드라이버가 어떻게 들어가는지를 보는 게 더 정확하다.
나는 일반 조립에서는 150mm를 주로 쓰고, 200mm는 깊은 위치에 닿아야 할 때만 따로 사용했다.
200mm부터는 길이가 꽤 길어서 책상 위에 메인보드를 놓고 작업하면 손잡이 위치가 높아지고 팔도 더 들어야 한다.
그래픽카드 지지대에는 PH2 주먹드라이버




그래픽카드 지지대처럼 나사 위쪽 공간이 좁아 일반 드라이버 손잡이가 걸리는 자리에서는 PH2 주먹드라이버를 썼다. 내가 사용해본 기준으로는 전체 길이 90~96mm 정도가 다루기 편했다.
100mm를 넘어가면 그래픽카드와 지지대 사이가 좁은 케이스에서는 손잡이가 걸리거나 돌릴 공간이 부족할 수 있다. 95mm와 96mm급은 이런 자리에서 쓰기 편했고, 103mm급은 공간이 충분한 경우에만 사용했다.
수직으로 못 세우면 90도 미니 라쳇


일반 드라이버를 세울 수 있으면 PH2 6×150mm를 쓰고, 길이 때문에 손잡이가 걸리면 주먹드라이버를 쓴다. 그래픽카드나 케이스 프레임이 나사 위를 막아 드라이버를 수직으로 넣을 수 없다면 90도 미니 라쳇으로 옆에서 접근한다.
Torx T20은 필요한 작업이 있을 때




위 사진은 일부 Ryzen Threadripper 패키지에 동봉된 T20 토크 드라이버다.
AMD Threadripper는 일반 AM4·AM5 CPU와 소켓 구조가 다르며, 소켓 고정 나사에 T20을 사용한다.
CPU 쿨러에서도 T20을 쓰는 경우가 있다.

Noctua NM-SD1은 SecuFirm2+ 장착 시스템용 T20 드라이버로, 150mm 축과 자석 팁을 갖추고 있다.
나는 T20도 100mm와 200mm를 따로 뒀다.
AMD Threadripper 소켓처럼 접근하기 쉬운 위치에서는 100mm급을 쓰고, Noctua SecuFirm2+처럼 방열판 사이 깊숙한 장착 나사를 조일 때는 200mm급을 사용했다.
공구를 사는 순서
🇯🇵 일본의 Vessel, 🇩🇪 독일의 Wera·Wiha처럼 오래된 공구 브랜드도 많다. 제품 자체는 좋지만 PC 조립용으로 길이별 드라이버와 비트를 여러 개 맞추다 보면 비용이 꽤 커진다.
PC 조립에서는 비싼 공구 하나보다 나사에 맞는 규격과 작업 위치에 맞는 길이를 갖춰두는 쪽이 더 중요했다. PH2만 해도 100mm, 150mm, 200mm가 필요한 자리가 다르고, 주먹드라이버나 T20처럼 특정 상황에서만 꺼내는 공구도 있다.
그래서 수공구와 비트는 중국 타오바오에서 🇨🇳 중국산뿐 아니라 🇹🇼 대만산 제품도 같이 찾아봤다. 가격 부담이 적어 필요한 규격을 여러 개 갖추기 좋았고, 마모되거나 분실했을 때 같은 규격을 다시 구하기도 편했다.
물론 원산지만 보고 고른 것은 아니다. 드라이버 팁이 나사 홈에 제대로 맞는지, 축 길이와 굵기는 적당한지, 자석 여부와 손잡이 크기처럼 실제 조립할 때 필요한 부분을 먼저 봤다.
전동공구는 조금 다르게 봤다. 배터리와 충전기를 계속 같이 써야 하고 고장 나면 A/S도 필요해서 🇰🇷 국내 정식 유통 제품을 우선했다. 반대로 드라이버나 비트처럼 구조가 단순한 수공구는 타오바오에서도 구입했다.




위 사진은 당시 실제 타오바오 구매 내역이다. 총액은 한화 약 4만 2천 원이었다.
자기 PC 한 대만 조립한다면
자기 PC 한 대를 조립하는 데 여기 나온 공구를 전부 살 필요는 없다. 자석 PH2 6×150mm, PH0·PH1 정밀드라이버, 5~6인치 니퍼 정도부터 준비하면 일반적인 PC 조립에 필요한 공구는 대부분 갖춰진다.
나머지는 실제로 조립할 케이스와 쿨러, 그래픽카드 같은 부품을 보고 추가하면 된다.
- 대형 공랭쿨러의 장착 나사까지 PH2 150mm가 닿지 않으면 PH2 200mm 드라이버나 PH2 200mm 비트
- 그래픽카드 지지대처럼 일반 드라이버 손잡이가 걸리는 좁은 자리에는 PH2 주먹드라이버
- 나사 위를 그래픽카드나 케이스 프레임이 막아 수직으로 접근하기 어렵다면 90도 미니 라쳇
- Threadripper나 Noctua SecuFirm2+처럼 T20을 사용하는 부품에는 Torx T20 드라이버
- 여러 대를 반복해서 조립한다면 키레스척 전동드릴
- 메인보드 규격에 맞춰 케이스 스탠드오프를 옮기거나 추가해야 한다면 스탠드오프 소켓
처음부터 특수 공구까지 한꺼번에 살 필요는 없다. 조립하려는 부품의 장착 구조를 먼저 보고, 기본 공구로 해결되지 않는 자리가 있을 때 하나씩 추가하는 편이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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